- * 누비는 몸 용기 설치 * 과정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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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통과하는 몸 ~ 유랑 ~
때 | 13:00-15:30 |
초대 |
10명, https://forms.gle/ Rqvb845sUaemZHWA6 |
세은은 서교예술실험센터 주위를 떠다니던 이들을 초대해 이곳의 시공간을 몸으로 감각한다. 이곳을 드나들면서도 낯설어했던, 관심이 있지만 표현하기 민망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자세로 드러날까? 내외부의 경계에서 꾸물거리던 이들이 서교예술실험센터라는 몸에서 대화하고 움직인다. 각자의 몸을 공간에 놓아보며 이곳에 쌓인 시간을 만나고 저만의 시간을 덧대기도 한다. 소심한, 가뿐한, 편한, 불편한, 나른한, 경쾌한 몸들이 시간을 통과해 도처에 도착한다!
별도로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모든 이미지는 본 프로그램을 마련한 세은이 제공했음을 밝힙니다.
~ 시간을 통과하는 몸 ~ 유랑 ~ 편지
편지 내용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이제 막 알아가려고 하는 사이인데, 편지를 보내서 놀라셨죠? 당신의 말처럼 아쉬운 마음에 용기 내서 편지를 써보아요. 아마 당신이 알고 있는 이름으로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아요.
저는 평소와 같이 일상을 보내다가도 이따금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가령 책장에 책이 정리되거나, 고장 난 물건을 그대로 두는 순간들이요. 그래도 사라진다는 것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아요.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요즘은 어느 때보다 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요. 그만큼 제가 소중했다는 증거겠죠?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은 참 특별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신이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는 아직도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누군가는 절 서교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홍대, 카페, CCTV, 편한 공간, 동공운영단, 예술, 두 번째, 작업실, 한가로움, 빈 책장, 루틴이라고 불러요. 어떤 이름으로 부르고 싶나요?
네, 맞아요. 늦었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부질없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속마음을 돌아보며 다음을 상상해 봐요. 저에게 다음이 있다면 당신의 말처럼 또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것 같아요. 지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어쩌면 당신과 내가 원하지 않았던 모습으로요.
요즘은 어떤 자세로 계세요? 저는 딱딱하게 멈춰 있다가도, 나른하게 모든 걸 수용하길 바라거나, 분명히 함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등을 돌려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그러고는 이내 우리는 분명 이어져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세를 고쳐요. (물론 고양이 자세를 취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날도 있어요. 야옹)
당신이 바랐던 것처럼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라도 편하게 들러서 자신의 상상을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때가 되면 당신이 또 다른 편한 자세를 찾길 바라요.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잠깐이었지만 당신이 저에게 말을 걸어줄 때, 당신의 동공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당신을 기억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당신도 절 기억해 주실래요? 우리가 서로의 기억에 남아 있다면 그렇게 원하던 연결이 생겨날지도 모르잖아요.
보내지 못할 많은 말들이 남아있지만, 마지막 한 줄을 끝으로 편지를 마무리 지어요.
저는 괜찮아요. 잘 지내시죠?
편지에 동봉된 사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