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하장 ~ 덧말 ~ 

연하장을 보내는 우리는 지난 6개월간 한 공간에 대한 리서치 프로젝트를 꾸린 이들입니다. 이 리서치 프로젝트는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상징적인 공유의 땅으로 읽고, 그 땅에 누비어져 온 관계망을 살피며 나누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2023년 12월 18일부터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서울문화재단의 운영을 마치고 건물을 비워냈습니다.

돌아보니 이제 빈 땅인 이곳에 장승과 솟대는 남아있다고 느껴져요. 장승과 솟대가 이정표나 우리를 지탱했던 무언가라면, 이들의 힘을 받아 어딘가 또 다른 장승과 솟대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돌에 새겨진 얼굴과 나무로 조각한 청둥오리 모양을 이정표로 약속했던 사람들처럼, 우리도 서교예술실험센터를 공유의 공간으로 약속했고, 그 약속에 기대어 서로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 약속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공동의 마음을 서교예술실험센터라는 특정한 공간보다 더 큰 터전이라고 한다면, 이 연하장을 읽는 당신과 우리는 터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연하장도 조그마한 터전이 될 수 있겠어요. 안녕을 요청하고 응답하는 과정을 통해 당신도 여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갑습니다.

공유의 땅을 두드리고 살펴온 과정이 이 웹사이트에 있습니다. 시차를 두고 찾아올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특히, 우리 중 혜수는 8월에 올 당신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을 거예요.
강릉 강문동 진또배기, 강원 강릉시 강문동
사진: 김성철
남원 서천리 돌장승 중 진서대장군, 19세기, 높이 210cm, 국가민속문화재 20호, 전북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
사진: 유홍준